[정책]어린이집은 그렇게 헬(Hell)이 된다
뉴스관리자 | 2016-03-14
초과보육 확대 앞둔 보육 현장, 쏟아지는 우려의 목소리


교사 대 아동의 비율을 높이는 초과보육이 전면적으로 확대됐다. 8일 인천 부평구 이웃사랑어린이집 5세 반의 수업 모습. 뒤에 앉은 교사는 참관 교사로 평소에는 교사 1명이 15명을 돌본다. 김은실 기자 베이비뉴스


“저도 원장님 말씀 듣고 알았어요.”


보건복지부가 초과보육을 확대하는 방침을 발표한 지 2주 가까이 지났지만, 이 소식을 모르는 학부모와 교사가 많다. 8일 방문한 인천 부평구의 이웃사랑어린이집에서 만난 학부모와 교사들은 취재 요청이 왔다는 소식을 듣고서야 초과보육이 확대됐다는 걸 알았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2016보육사업안내에서 기존에 농어촌 지역에 한해 허용되던 초과보육을 전면적으로 허용하는 지침을 포함해 지자체로 내려보냈다. 영유아보육법에서는 어린이집의 교사 대 아동 비율을 만 1세는 5명, 만 2세는 7명, 만 3세는 15명, 만 4세 이상은 20명으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지침으로 만 1세는 6명, 만 2세는 9명, 만 3세는 18명, 만 4세 이상은 23명까지 교사 1인당 원아 숫자가 늘어날 수 있게 됐다.


◇ “지금 정원도 터지기 직전 풍선 같아”


소식을 접한 보육교사들과 학부모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8년 차 보육교사 남광현 씨는 현행법에서 규정한 정원도 교사가 돌보기엔 무리라고 하소연했다.


“지금 정원만 해도 풍선에 공기가 꽉 찬 상태로 있는 겁니다. 곧 터질 것 같은 상태로 운영하는 거죠.”


15년 차 보육교사인 강윤주 원감은 초과보육이 확대된다는 소식을 듣고 가장 먼저 아이들의 안전이 걱정됐다. 아이들이 늘어나면 교사가 미처 보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것. 게다가 교사가 못 본 사이에 혹여 아이가 상처라도 생기면 부모가 교사를 신뢰하지 못하게 된다고 걱정했다.


교사들은 아이들을 감당하기 어려우면 대단위로 교육하게 된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자유롭게 움직이고 친구들과 어울리는 방식이 아니라 아이들을 한 데 묶어서 앉혀놓고 가르치는 방식을 택한다는 것이다.


7세, 4세 아들을 어린이집에 보내는 이선미 씨는 이런 상황들로 결국 보육의 질이 떨어지고, 그 피해는 아이들에게 간다고 걱정했다.


이 씨의 첫째 아들은 발달이 늦은 아이다. 전문 센터에 다니면서 노력해도 크게 나아지지 않던 상태는 어린이집에 입학하면서 달라졌다. 교사들이 아이와 밀착해 살뜰히 돌봐줬더니 눈에 띄게 좋아졌다. 말을 못하던 아이가 말문이 터져 수다스러워졌다. 교사가 아이에게 얼마나 집중할 수 있는지에 따라 보육의 질적 차이가 크다는 점을 이 씨는 몸소 체험했다.


“아이가 한두 명 늘어나면 교사의 의욕이 떨어져요. 선생님이 지치면 아이들이 눈치를 보고, 어린이집에 가기 싫다는 이야기까지 나와요. 어린이집이 아이에게 즐거운 곳이 되어야 하는데  힘든 곳이 될 수도 있는 거죠. 지금 정원도 한 사람이 돌보기는 무리인데…선생님이 지치면 아이들 발달에 좋지 않아요.”


◇ 초과보육, 어린이집 운영에 독 될 것


인천 부평구의 이웃사랑어린이집의 6세반이 8일 수업하는 모습. 6세반의 현재 정원은 20명이다. 하지만 초과보육이 시행되면 23명으로 늘어날 수 있다. 김은실 기자 베이비뉴스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와 한국민간어린이집연합회 같은 어린이집 원장들 단체는 초과보육을 환영한다. 반별 정원 규정 때문에 발생한 운영상 손실을 보전할 대체 수단으로서 초과보육이 필요하다는 것.


그러면서 초과보육이 허용된 농어촌 지역이나 어린이집 정원보다 많은 아동을 돌보는 유치원을 봐도 초과보육이 아동학대나 안전사고에 크게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며, 초과보육을 확대해도 보육현장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초과보육이 어린이집 운영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근무환경이 열악해지면 교사들이 자주 바뀌게 되고, 이는 결국 어린이집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취재 기간에 교사들은 “초과보육 소식에 ‘교사 죽으라는 얘기’, ‘못해 먹겠다’라는 말들이 나온다”고 전했다.


영유아 권익을 위한 단체 아이들이행복한세상은 지난 3일 발표한 성명에서 “초과보육은 보육교사의 근무 여건을 더욱 열악하게 만들고, 부모의 불안을 가중해 결국 어린이집의 운영을 더 어렵게 만들 소지가 있는 근시안적인 정책”이라고 평했다.


조선경 이웃사랑어린이집 원장은 초과보육이 전체 어린이집에 도움이 되는지도 의문이라고 했다. 한 곳이 정원을 초과해서 아이를 받으면, 다른 한 곳은 원아가 부족할 수 있다는 것. 조 원장은 “정원 제한 때문에 어린이집을 가지 못하는 영유아는 아마 없지 않을까요?”라며 말끝을 흐렸다.


◇ 복지부, “어린이집 이용의 접근성 위해 필요”


복지부는 초과보육 확대 방침을 철회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비판하는 분들의 주장에 일부분 일리가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하지만 국공립어린이집이나 직장어린이집처럼 부모님들이 선호하는 곳을 정원 제한 때문에 이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겨서 어린이집의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었고, 그런 면에서 초과보육이 필요하다고 봤습니다“라고 설명했다.


복지부는 현재 시행하는 대체 교사 지원과 처우 개선비 지원으로 아동의 보육 환경과 보육교사의 근로 환경이 나빠지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거라고 내다봤다.


복지부가 던진 초과보육의 공은 지자체를 향한다. 복지부가 지자체가 심의해서 초과보육을 허용할지 결정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2월 말 갑자기 내려온 지침에 지자체는 서둘러 보육정책위원회를 열거나 서면으로 의견을 받아 세부 방침을 정하고 있다. 급작스럽게 세부 내용을 정해야 하는 지자체도 난처하긴 마찬가지다. 한 지자체의 보육 담당자는 “복지부에 항의하는 지자체가 많았지만, 지침이 내려온 상태라 어쩔 수가 없었다”고 털어놨다.


지침을 논의할 시간이 사실상 주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초과보육 확대는 이제 현재 진행형이다. 경기와 울산, 광주는 이미 복지부의 지침을 그대로 수용하기로 해 사실상 초과보육을 전면적으로 확대했다.


그나마 몇몇 지자체는 보육정책위원회에서 장시간에 걸친 토론을 거쳐 확대 지침을 촘촘히 다듬고 있다. 서울과 전북, 전남은 복지부 안보다 규정을 강화하는 지침을 확정했다. 인천과 부산은 다음 주에 확정할 예정이다.


“이런 정책을 결정할 때 보육교사와 아이들에게 결정권이 없어요. 미래의 주역으로서 우리 아이들이 중요하다면 잘 키울 수 있는 정책 먼저 생각하고, 시간을 충분히 가지고 정책을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이렇게 뚝딱 만들면 아이와 선생님들은 당할 수 밖에 없어요.”


초과보육이 확대돼 아이들과 부모에게 미안하다는 조선경 원장의 이 말에 복지부와 지자체는 뭐라고 말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김은실 기자 eunsil.kim@ibabynews.com

뉴스 출처 = 베이비뉴스(www.ibab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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